이현재 우아한청년들 이사 "배달 인식 고치려면 처우개선부터"
올해 7월 3번째 단체협약 체결…공제조합 설립에 힘 보태
(뉴스1=이정후 기자) 2020년 10월, 배달의민족 물류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과 라이더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플랫폼 업계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인 라이더는 '노동자의 사각지대'로 불렸던 만큼 이들의 단체협약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약 3년 뒤인 올해 7월, 우아한청년들과 배달플랫폼 노조는 3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노조는 5월부터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라이더의 처우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매년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플랫폼 기업이 생각하는 라이더와의 상생은 무엇인지 이현재 우아한청년들 대외협력실 이사에게 직접 들었다.
◇배달 산업 향한 부정적 여론…"처우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어"
이현재 이사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라이더가 제공하는 효용성은 커졌는데 배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며 "배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했고 이는 라이더의 처우개선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단체교섭 시작 배경을 밝혔다.
라이더를 특고노동자가 아닌 상생 파트너로 여겼기에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라이더를 따라다니는 난폭운전·과속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에는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라이더들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첫 단체협약에 300원가량의 배차중개수수료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이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배차중개수수료 폐지가 실질적으로 라이더의 수입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런 보상 없이 라이더 스스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라이더의 처우를 개선해 (라이더들이) 만족과 보람을 느끼고 서비스가 좋아진다면 이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이 일어날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산업에서 노조와 협상을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 영국 등에서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번지기 시작한 단체교섭…"배달 산업에 긍정적 효과"
이렇게 시작한 단체협약은 올해 세 번째를 맞았다. 그동안 파편적으로 제공했던 라이더 혜택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재정비했다. 라이더들이 단체협약에 따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부터 도입될 라이더 상생 지원제도이다. 지역에 따라 매월 460~520건의 배달을 수행하면 익월 21만5000원의 상생 지원금을 지급한다.
배민커넥트를 통해 연간 220일 이상, 하루 22~30건 이상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들에 참여 자격을 부여하고 특히 배달 중 사고 등으로 인한 입원 기간까지 배달 수행일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 이사는 "라이더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우리가 제공할 테니 더욱 안전하게 배달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아한청년들이 물꼬를 튼 단체협약은 최근 업계 전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요기요의 요기배달을 운영하는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는 배달플랫폼 노조와 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최근 실시했다.
이 이사는 "라이더와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이 배달업계에 확산하는 좋은 사례"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더 좋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보험 문제는 배달 산업에 위협…라이더에 관심 부탁"
우아한청년들은 노조와의 단체교섭뿐만 아니라 라이더의 공제조합 설립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018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먼저 공제조합 설립 아이디어를 제시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유상운송보험은 사고율이 높은 이륜차라는 이유로 보험료만 수백만원 수준이었다. 고액의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대부분의 라이더는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고 무보험으로 배달을 하고 있었다.
이 이사는 "배달 산업의 성장세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입장에서 무보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배달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민간 보험사 수십 곳을 만나며 배달의민족 자체 보험 상품을 출시했고, 동시에 공제사업의 현실화를 위해 업계 관계자, 노동조합, 국회의원, 노동 전문가 등을 만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결과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을 통해 '배달서비스 공제조합' 설치 근거를 마련했고 우아한청년들은 47억원을 출자, 김봉진 의장은 사비 5억원을 출연해 지난 6월 공제조합 출범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업계와 라이더가 상생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이사는 라이더를 바라보는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업계의 노력과 함께 중요한 또 다른 한 가지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관심과 이해"라며 "안전과 직결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라이더를 향한 따뜻한 관심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 기자 (leejh@news1.kr)